"그 책임은 내게 있다" 해리 트루먼
본문 바로가기
존경하는 인물

"그 책임은 내게 있다" 해리 트루먼

by 방구석평론가 2020. 2. 6.


탁월한 언어는 굳건한 신념에서 나온다


 해리 트루먼(Harry S. Truman)은 "그 책임은 내게 있다"라는 담백한 한마디로 미국과 세계를 이끌어 가는 리더쉽을 보여준 인물입니다. 물론 그를 위대한 웅변가로 부르는 사람은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를 위대한 대통령이라고는 부릅니다. CNN의 명사회자 래리 킹은 트루먼에 대해 "그는 비록 매혹적인 연사는 아니었지만, 자신을 정확히 표현할 줄 아는 탁월한 커뮤니케이터(communicator)였다"라고 평가합니다. 래리 킹은 트루먼을 가리켜 화려하고 멋진 말을 하는 대신 직설적이고 단순 명료한 말로 자기의사를 표현하고 정책 목표를 알기 쉽게 설명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도 말했습니다. 그리고 정치인 중에서는 가장 편안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상대였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33대 대통령 해리 트루먼은 래리 킹의 말대로 말을 잘하는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더욱이 많은 사람들에게 트루먼은 너무나 평범한 사람으로 비쳐져 루스벨트 대통령이 서거한 후, 부통령에서 대통령으로 지목되었을 때는 그런 큰 일을 맡기에는 부족하다는 여론이 돌정도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1차 대통령 임기를 끝내고 다시 한번 대통령 후보로서 지방유세를 하는 과정에서는, 그의 연설이 많은 군중들이 "그만 두시오 해리"하고 등뒤에서 야유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이정도로 그는 대통령 재임시절에 큰 인기를 모으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후에 시간이 지날수록 그에 대한 평가는 새로워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정치학회에서는 1950년대 초부터 미국 역대 대통령의 업적을 대학의 학점식으로 평가해 왔습니다. 트루먼의 성적은 링컨이나 조지 워싱턴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당당한 'A학점'입니다. 그 이유는 그가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제2차 세계대전을 신속히 마무리했고, UN의 창설을 주도하면서 NATO를 결성했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마셜 플랜(Marshall Plan)으로 전후 유럽의 복구를 지원한 일, 그리고 소련의 팽창을 억제하기 위한 트루먼 독트린(Truman Doctrine)을 선포한 일 역시 그를 A학점 대통령으로 분류하게 한 업적들입니다. 한국 전쟁때 많은 병력을 그렇게 신속하게 파병한 일도 트루먼이 아니면 도저히 할 수 없었던 일이라고 합니다. 지금 미국인들은 공산주의에 대항한 트루먼의 강한 입장을 높이 평가하여 "트루먼은 소련을 위압했다", 그리고 "트루먼은 냉전에서 승리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트루먼을 가리켜 '보통사람', '진실한 국민의 대통령' 이라고 부릅니다. 또한 "전례없는 문제에 직면해서 너무나 훌륭하게 일 처리를 했다"고 평하기도 합니다. 


 트루먼이 지금 이처럼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그가 대통령으로서 재임하며 가진 신념에서 기인한 것입니다. 그는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일을 단호한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나라의 수장이 갈팡질팡하면 뒤에서 따르는 사람들이 어떠한 결정도, 어떠한 행동도 할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는 모든 책임을 자신이 지겠다고 자청하고 나서서는 단호한 결정을 내리곤 했습니다.

 트루먼은 번드르르한 말로 대중의 인기를 충분히 얻을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번드르르한 말 대신 자신의 신념에 따라 말했고 행동했습니다. 비록 그가 대중에게 인기는 얻지 못했지만,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신념에서 우러나는 메시지였기에, 당시 그의 결정을 신뢰하고 따르는 이가 있었고, 오늘날 그에 대한 새로운 평가가 나오는 것입니다. 


 트루먼의 예에서 보듯이 듣는 이에게 감동을 주고 영향력을 발휘하는 말은 번드르르하게 포장된 청산유수 같은 말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신념에서 우러나오는 말입니다. 말에는 세계를 움직이는 힘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힘은 말의 유창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그 말을 하는 사람의 사명감이 얼마나 치열한가, 그 비전이 얼마나 생생한가, 그 사람됨이 얼마나 믿음직스러운가에 의해 결정되는 것입니다. 



일생 동안 어떤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할 고비를 맞을 때마다 나는 결정을 내리고 잊어버린다. 

뭔가 잘못된 결정을 내렸을 때엔 밖에 나가서 또 다른 결정을 내린다. 

나는 스스로를 위대한 인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위대해지고자 노력하는 동안만큼은 위대한 시간을 보냈다.

- 해리 트루먼-



댓글